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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떠오르게 한다. 어떻게 보면 하루키 스럽기도 하고. 영미소설에서 한 조류를 이루는 문체라고 봐야할까.

간결하면서 적확한 표현을 지향하는 문체가 많이 닮았다. 건조한 문체 속에서도 이야기는 매우 따뜻한 것도 레이먼드 카버와 닮았네... 하면서 읽었다.

이 소설은 2014년에 한국에서 영화화 된 바 있으나 흥행을 하지는 못했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꽤 높았다고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이 좋은 편이었는데 중소형 배급사에서 영화를 배급한 관계로(삼거리 픽쳐스) 많은 사람들이 보진 못했다. 우리 나라 영화는 어느 배급사에서 영화를 제공하는지가 영화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흥행에 아주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예전에 영화 '도둑들'이 수천개의 상영관을 점거하는 작태를 보면서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피에타'의 감독 김기덕이 '진정한 도둑들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던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한 가족의 딸인 조지나 헤이즈는 주인공이다. 엄마가 월세를 벌어서 다시 집을 구할때까지 꼼짝없이 차에서 지낼 수 밖에 없게 된 조지나는 엄마와 토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월세를 구할 대책을 고민한다. 조지나가 생각해낸 복안은 '개를 훔치는것'. 부잣집의 순한 개를 훔쳐내서 개주인이 개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사례하겠다는 문구를 첨부하면 그때 개를 돌려주고 자신은 월세를 마련하겠다는 깜찍하고도 앙큼한 생각을 했다. 조지나는 노트에다가 1단계 : 개를 찾는다 부터 시작해 개를 훔치고, 개를 어디서 보관하며, 언제 개를 돌려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동생 토비와 함께 계획의 대상이 될 개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 정도가 도입부의 이야기가 되겠다. 쓰고 나니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신하균,배두나가 아이를 납치하곤 돈을 받으면 고스란히 안전하게 아이를 돌려주려는 계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물론 그 영화와 이야기도 분위기도 아주 다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이 소설을 보자면 유려한 문체나 화려한 수사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있는 것 같다. 영미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소설이 대체적으로 갖고 있는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다. 타블로가 썼던 당신의 조각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시간으로 치면 새벽3시경이고, 소리로 치면 정적이며, 조도로 치자면 어두움, 조명으로 치면 간접조명.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소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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